본문 바로가기

Greeting

고맙다, 내 손~

끈기없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던 작심삼일을 무사히 넘기고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에 먼저 자축~.
학교 가는 차안에서 멍청히 창밖을 바라보면서 '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?'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 손을 바라 보았습니다. 눈에 들어 오는 작은 상처 하나를 보다 보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또 상처가 있더군요. 그러다가 결국은 꼼꼼이 내 손의 상처 자국 갯수를 세었습니다. (머리가 나빠서 그 사이에 또 까먹었습니다만)
대충 12개, 혹은 13개의 상처가 있더군요. 갯수를 적고 보니까 내가 손으로 연장을 써가면서 밥법이를 심하게 하고 산 사람 같네요.(크게 보면 컴퓨터 마우스도 연장에 해당은 됩니다만 ^^; ) 하여간...열개가 넘는 상처들 중에 기억이 나는 상처는 고작 3개정도 였습니다. 나머지 상처들은 언제 어떻게 생긴거지 가물가물 하더라구요. 짧게는 몇년에서 길게는 수십년(!)이 지나도록 손에 남아있는 상처라면, 당시에는 꽤 피를 봤을 상처인데도 말입니다. 저는 평소에 몸 중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 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. 무엇보다 세상에서 제일 더럽다는 돈과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는 사이이기도 하고, 그만큼 더러운 다른 것들과도 얼마든지 타협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니까요. 근데 그 손이 피를 흘려가며 얻게 된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기억에서 사라지는 건 망각의 동물로 태어난 우리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긴 하겠지만 문득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. 내 몸중에 어디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곳이 있겠습니까만 오늘은 새삼 손의 소중함에 대해 감사하고 싶습니다.